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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서점 옆 엉뚱한 미술 살롱, 북극홀 이야기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장소에 엉뚱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일이며 또한 본래의 가치에 판타지를 덧입혀주는 일이니까요. 예를 들어 고양이가 방문 위의 모서리에 올라가 있을 때 그 귀여움이 도드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어떠한 공간도 그렇습니다. ‘아니, 여기, 이런 게, 어떻게, 굳이?’ 라는 반응을 좋아하는 것은 제가 어딘가 꼬인 사람이라 일까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흐흐, 하고 좋아하는 음흉한 사람인 것입니다. 허를 찔렀군, 하고 우쭐대는 마음이 조금 섞여있을지도 몰라요. 아 참, 저를 정식으로 소개합니다. 저는 인천의 부평에 ‘북극서점’이라는 자그만 독립서점의 운영자 슬로보트입니다. 전직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매일 지각하.. 2021. 1. 3.
시민 참여 없는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2018년을 기준으로 인천에 거주한 지 10년이다. 그러나, 인천 원도심에서 바다를 가까이 볼 기회는 없었다. 인천역 바로 앞에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자유공원까지 10-1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높은 지대에 올라야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높이 솟은 호텔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 바다와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울지 몰라도, 심리적인 거리는 상당하다. 바다를 옆에 두고도, 시민이 이를 누릴 수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내항이 일반인 출입제한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단기 항만사업 5개년 계획’이 진행됐고, 1974년에는 1~8부두가 조성됐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보안 구역이 됐다. 바다는 공공재지만,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니었다. 오랜 .. 2021. 1. 3.
밤이 되어 비로소 그것이 질긴 껍데기인줄 알았다. 백승섭 작가의 전시장에 가는 길, 어두운 구름이 점점 쌓이더니 아침에 확인했던 일기 예보보다 먼저 비가 내렸다. 작가의 전시 정보를 알리는 플래카드 위로 떨어진 빗방울들은 그가 말하는 ‘껍데기’를 더 질기게, ‘밤’을 더 어둡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지하에 위치한 제물포 갤러리의 전시장은 이날의 날씨와 퍽 잘 어울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화면 위로 흘러가는 어떤 것들이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작품의 틀에 겨우 멈춤을 시도할 뿐이고 여전히 잔잔하게 흐르는 형상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형상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분명하고 큰 움직임이 보였다. 어두운 바탕을 지나간 연필, 콘테, 먹 등의 재료들 역시 어두운 색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뚜렷이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보통 존재하는 것은 ‘너.. 2021. 1. 3.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을 다녀와서 요즘 인천시 중구는 인천개항장 당시의 근대건축물 복원이 한창이다. 그중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의 기원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활동하던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1877년 9월 일본에 제18국립은행을 설립하였고, 1882년에는 조선에 부산 출장소를, 1889년에는 청국 상해지점을 개설하였다. 그 후 나가사키 상인들은 상해에 수입되었던 영국 면직물을 수입하여 국내 인천항에 다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영위함으로써 인천과의 무역량 증대로 큰 이익을 거두고, 사업이 번창해 감에 따라 당시 수출무역의 중심지였던 인천개항장에 국내 최초의 지점인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을 건립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 현재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을 개관하였다. 인천개항장은 지역전체가 역사적 사실 보존 지역으로 넓은 영역을 차지하지만.. 2021. 1. 3.
인천수첩, 인천사람, 인천 풍경 지난 3년간 나와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마주한 주변 인물과 풍경을 기록한 인천 시리즈는 장소와 정체성에 대한 작업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천은 개항도시로 풍부한 선진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부유하며 세련된 도시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중구 구도심 ‘연안 부두’는 인천의 첫 매립지이자 신도시였다. 이후 구도심이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장소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또 다른 갯벌이 메워지고 그 땅을 팔아 신도시를 건설하고 또 다른 바다를 메우고 또 다른 땅을 뒤엎은 인천의 모습은 과거를 뒤로한 채 신세계로 변모하고 있다. (2015)은 인천문화재단 시각예술 분야 지원으로 진행된 전시이자 출판된 책이다. 사진가로서 인천을 기록한 유광식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된 은 기록적인 인천과 부분적.. 2020. 12. 27.
시대를 이으며 인천을 걷는 기획자 안녕하세요. 안태정 대표님(컴퍼니안)의 왕성한 문화예술 활동과 기획이 흥미롭습니다. 서울과 다른 지역 활동도 매우 흥미가 있지만, 특히 일회성으로 멈추지 않고 인천에서 역사와 지역의 의미 있는 관통하는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선보여 주셔서 동무비평 삼사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Q. 안대표님이 하셨던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와 함께, 문화기획자 안태정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홍보책임을 거쳐 현재 문화예술기획사 컴퍼니안(Company AHN)의 디렉터로써 공예와 한복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전시, 투어, 행사 등 프로젝트를 기획·홍보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 홍보 자문 및 심사, 강의하고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시로는.. 202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