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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이미지의 공간 부평에서 서구로 이동하자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장에 고물상까지 모여있는 이런 지역에 전시장이 있긴 한 걸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고, 커다란 공장들과 아무도 없는 휴일, 공단 지역을 스쳐 지나가다가 드디어 도착한 코스모 40. 1968년 설립된 코스모화학 폐공장을 철거 직전 인수한 공동대표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냈다고 한다. 기존 코스모화학의 45개 공장 건물 중 44곳은 철거됐고, 40번째 정제 시설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거대한 철문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퉁명스럽게 내밀었던 아이의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우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사실 아이는 삐쳐있었다. 엄마가 시원하고 달콤한 것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자신이 알던 ‘그 카페’가 아니었다. 철제 콘크리트.. 2021. 1. 17.
당신의 휴식과 여가는 당신의 생각일까? 수도권 주변에는 야산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산 속에서조차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히말라야도 등반할 수 있을 정도의 채비를 갖춘 같은 종의 인간만을 구경하다 내려온다. 아버지 세대가 산을 독점했다면, 도심 속 공원들과 강변은 어떨까. 캠핑 열풍이 부는가 싶더니 돗자리는 자취를 감추고 온통 텐트가 점령했다. 휴식을 취하는데 필요한 매뉴얼과 프로토콜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기획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부적인 것들까지 프로그램된 휴식과 여가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만큼 우리에게는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도 존재한다. 전시장 오른편에 걸린 이상원 작가의 그림들은 이런 획일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이면 뉴스에 등장하는 해수욕장의.. 2021. 1. 17.
속도에 앞서 방향을, 방향을 통해 가치를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오버드라이브 2009-2019: 여행하는 주체들, 창조자, 장소의 경험》展(이하 《오버드라이브 2009-2019》展(2019. 9. 25~ 10. 27)이 개최되었다. 자동차의 증속 장치를 의미하는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전체 테마로 선정한 전시는 2009년 개관이래 인천아트플랫폼이 입주 작가들 작업에 생산적 자극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자가 진단인 동시에 향후 인천아트플랫폼이 입주할 작가들과 역동적 질주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선언적 의지로 이해된다. 광장에서, 제안하기, 확장하기, 기록하기, 장소의 경험. 《오버드라이브 2009-2019》展의 섹션은 5개로 나뉘어 구성되었지만 각각의 섹션은 개념적 연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벽(壁)이.. 2021. 1. 17.
조선, 멕시코, 쿠바의 한인들 2010~2014년 발표된 ‘세계 가치 조사’라는 이름의 통계가 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설문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다른 인종과 이웃에 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스웨덴 2.8%, 미국 5.6%로 집계됐다. 놀라운 건 한국인의 경우 34.1%의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설문 대상자들 중 속마음을 감추었을 이들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이보다도 더 높은 결과치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한국이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적으로 자국민을 해외로 가장 많이 송출한 네 번째 국가라는 점이다. 2013년 기준, 자그마치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726만 8,000명이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 가장 높은.. 2021. 1. 17.
전환, ‘쓸모없음’에서 ‘쓸모있음’으로 전시 소식을 듣고 리사이클(Recycle)과 업사이클(Upcycle)의 사전적 의미부터 찾아보았다. 리사이클은 버리는 물품을 재생하여 다시 사용하는 일, 업사이클은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리사이클이 순환이라면 업사이클은 전환이다.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단어로, 더 의미 있고, 멋있게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실용성과 예술성이 합쳐져 상업성까지 가미된 업사이클은 자연생태계의 순환구조를 통해 자연환경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력을 미친다. 마침 지난번 재활용 페트(PET)전시에 이은 또 다른 재활용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에 전시장으.. 2021. 1. 10.
아는 동네, 교동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호진이 촬영한 교동도는 강화군 북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과는 불과 2-3km 떨어져 있는 남북한 접경지로,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자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검문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다. 6.25 전쟁 당시 이북의 주민들이 교동도로 피난을 왔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이 상당수 정착해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특징과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가진 지역으로 교동은 평화를 상징하는 지역이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교동도다. 분단이 오래 지속된 만큼 우리가 아는 교동도의 모습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 이호진은 지난가을, 카메라를 들고 교동도의 여러 마을을 다니며, 우리가 아는 교동도의 변함없이 지속된 풍경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최근에.. 2021.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