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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12월 겨울의 추위에 쫓겨 종종걸음을 치며 오랜만에 갤러리 옹노를 찾았다. 갤러리 옹노의 입구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비밀의 승강장을 연상케 한다. 이미 몇 번 와본 적이 있음에도 여기 골목이었나 저기 골목이었나 자꾸만 멈칫거리게 된다. 골목을 꺾고 꺾어 전시장 입구에 도착했더니 애석하게도 굳게 닫혀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전시장에 앞에서 발길을 돌리기가 아쉬운 와중에 포스터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 연결을 했고, 전해오는 한마디. “안 잠겨있으니 들어가시면 돼요.” 이렇게 나름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전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오래된 건축물 ‘갤러리 옹노’만의 매력 있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입구 오른편 깊게 들어간 좁은 통로 끝에 컴퓨터 한 대와 음향기기가 설치되어 있.. 2021. 2. 7.
조용히 움켜쥐는 힘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은 같은 이름을 받는다. 평평하지 않은 이분법의 세계에서 같은 단어로 불리는 사람들. 그 중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언어로 시간을 소화해 그 풍경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른다. 기울어진 세계의 뾰족한 성을 버리고 둥근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이름을 버린 민경이 성을 떼어낸 민경의 전시를 찾았다. 버려야만 오롯해지는 이름에 대한 애정으로. 눅눅하고 화려한 인천의 거리를 지나 도착한 임시공간,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유리창 너머로 회색 거리를 응시하는 붉은 사진들이다. 표면이 깎여 흘러내리는 붉은 흙의 시간. 깎여나간 토양의 거칠고 불안한 단면은 햇살의 고요한 부드러움과 함께 붙잡혀 평평히 인쇄되어있다. 저항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옮겨지는 것들을 그러안는 시선 한 줌도 햇살처럼 또 흙처럼 섞였으리.. 2021. 2. 7.
순리를 지키는 공증 1958년부터 1960년까지 3년간 중국인 3,000만 명이 아사한다. 북한 총인구수보다 많은 수치다. 이는 마오쩌둥이 쓰촨성 농촌을 시찰하던 중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보고 화를 내며 던진 한마디의 말 ‘저 새는 해로운 새다’의 파장이었다. 이후 구성된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참새를 닥치는 대로 소탕하자 해충이 창궐하게 되어 생태계가 무너지게 되면서 농작물이 초토화되고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된 것이다. 독일 3 제국 최대 규모의 강제수용소였던 아우슈비츠에서는 유대인을 비롯한 동성애자, 장애인 등 나치즘에 반대하는 자들이 대량 학살된다. 희생자 수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마다 논란이 지속 중이지만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유대인 수만 350만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학살은 실로 다양한 방법으.. 2021. 2. 7.
두고 볼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 되면 기관이나 기업할 것 없이 앞다투어 다양한 형태의 자선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미술품 자선경매 행사를 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평구 문화재단의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이다.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에서 진행되는 미술품 자선경매는 지역 문화예술기관으로써는 이례적으로 미술과 지역 예술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끌어내는 행사이자 전시이다. 미술품 경매를 위해 진행되는 전시들, 프리뷰 전시와 경매 후 전시가 과연 시각예술장르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의 답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시각예술의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 지역 미술 활성화를 위한 확고한 목표와 취지를 가진 정책적 시각예술 장르의 프로젝트로서의 의미와 가치는 분명하고 확실할 것.. 2021. 1. 31.
법을 향한 예술의 투쟁: 인천의 문화예술과 문화영향평가 예술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잠재력은 국가에게는 매우 매혹적인 힘이다. 때때로 국가는 예술을 자신들의 치적을 장식할 도구로 쓰고, 예술이 이끌어 내는 체제 저항의 힘은 은밀하게 제압하고자 하였다. 2016년 한국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발각됨으로써 정부가 문화예술을 길들이려고 하였던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저항하고자 문화예술계는 광장에 블랙 텐트를 세우고 예술 활동을 계속하였으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검열에 관여한 관료에 대한 처벌과 사건에 대한 리포트 작성을 촉구하였다. 이 같은 압박은 촛불 혁명과 어우러져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광장의 동력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못한 채 고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창조성을 중시하는 문화예술 영역.. 2021. 1. 31.
낱낱의 언어, 각자의 공동체를 찾아서 ‘되다 만 듯한’ 인테리어가 유행인 시대다. 공사 중인 것 같은데 영업하고 있는 카페라고 해서 놀란 적도 많다. 이게 다 인스타 ‘갬성’이라니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에 벅찬 요즘, 빈 집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전시 소식을 듣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대학가 먹자골목에서 딱 한 뼘만 들어가면 나타나는 주택 2층, 전시장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감나무의 감이 무르익고 있는 가을 기운이 가득한 집, 아니 전시장은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공간이 얼마나 빨리 황폐화되는지,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사람이 산 지 제법 시간이 지나보이는 대학가 근처 평범한 주택은 잠시나마 작품들의 온기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빈집을 주제로 미술활동을 하는 정미타 작.. 202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