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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추고 너를 비추는, 유리된 대변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첫 문장을 적어내고 내 생각을 담아내기까지는 나만의 글이겠지만, 자기만족용에 그치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간 내 글은 결국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로 해석되기에 더 이상 내 글이 아니다.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도 내 글이 아닌, 지금 읽고 계신 모두를 위한 글이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럽다. ‘글’은 의도에 맞게 언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다듬어 의견을 피력해야만 하니까. 글쓴이의 의도가 어떻든, 읽는 독자가 임의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그러한 점에서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를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대변한다는 것 인천문화통신 3.0 5월 특집호 기사는 ‘청년’을 주제로 기고되었다. 인천 안에 있는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 2021. 6. 27.
공기의 모양 우리는 가끔 새로운 감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감각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보통의 풍경을 뒤엎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낯선 감각은 ‘공기’와 매우 밀접해 있다. 정서진아트큐브에서 진행한 은 김윤수, 신현정, 전희경, 이 세 명의 회화 작가가 참여한 기획전으로 공기에 대한 공감각적인 사유를 회화로 담아낸다. 우리는 과연 작가들이 경험한 공기의 어떠한 면모를 발견하게 될까? 우리가 무언가를 지각하는 것은 우리 본질 혹은 학습된 체계, 그리고 외부적인 환경의 요인에 의해서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서 사회 속에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한다. 작가들은 언어의 역할을 하는 ‘매체’를 매개로 사용하여 그들이 경험한 사회적, 물리적 상.. 2021. 5. 30.
아쿠아 유니버스 색다른 시각은 독특한 조건에서 생기기 쉽다. 난독증이 있어 세상의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더디었던 눈은, 잘 보이는 생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 주력했다. 아무리 조그만 생명체도 이 눈엔 잘 보였다. 이 작은 생명체가 더 작은 것들을 먹고, 때로 먹히고 맥없이 죽거나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일에 시간을 아무리 내어놓아도 지겹지 않았다. 이 작은 생명체들도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환경에 적응해 살아나가는 것을 보며, 혹은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속수무책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며, 나를 둘러싼 주변의 생물체가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 그들은 제각각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 온실을 만들고, 바닷물 속 미생물과 알이 어떤 유기적 관계.. 2021. 5. 30.
인천시립미술관과 이건희컬렉션 13년전 과 함께 비자금 스캔들로 세상에 알려진 삼성 컬렉션이 이회장 사후 기증을 통한 공공화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컬렉션의 사회적 미술사적 의미는 전문가들이 연구하시리라 생각하고,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의 전시장을 지으라는 말 한 마디에 갑자기 여러 지자체가 갑자기 도시의 품격을 미술관으로 여기며 갖가지 당위성을 내세우는 낯뜨거운 구애러닝 가운데 인천의 웃픈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5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건희 컬렉션을 인천에서 조성하는 인천뮤지엄파크 내의 미술관에서 소장하게 해 주세요” 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5월 29일 현재 804명 동의를 얻었다. 경인일보 5월 5일자, 인천일보 5월 6일자 기사는 해당 청원을 거론하며 이건희 컬렉션을 인천 혹은 인천 뮤지엄파크, 인천시립미술관에.. 2021. 5. 30.
기억의 지층을 드러내기 : 인천아트아카이브 우연히 태어나 자리 잡게 된 혹은 여러 이유로 이주하여 온 이 곳. 납작하게 눌린 평면도의 희미한 선으로 구분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가 나고 자란 장소는 개인이 설정한 삶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의 감각 주위를 빙 두른다. 그 시절의 공기를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자유공원에서 아카시아꽃을 따고, 때로는 이젤과 물감을 싸들고 풀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예술로 분위기가 무르익는 신포동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미지가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특정 지역으로 한정짓는 수식어가 ‘예술가’라는 명사 앞에 붙는다면 그 범위를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 곳에서 나고 자란, 학창 혹은 대학시절을 해당 지역에서 보낸, 과거에 거주했던 또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미술 현장에 꾸.. 2021. 5. 30.
스페이스 빔,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안녕하세요, 민운기 대표님. 현재 임시공간은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인천에서 있었던 미술 관련된 사건이나 역사로 연표를 만들고자 준비 중입니다. 특히 인천의 전시공간에 초점을 맞춰 연구 중인데요. 그 중 ‘스페이스 빔’이 20세기에 전시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Q. 1995년 ‘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시작하고 이후 2002년 남동구 구월동에서 스페이스 빔을 개관하고, 이후 2007년 9월부터 동구 배다리에서 스페이스 빔 재개관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시’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에 걸쳐서 종합문화예술회관 전관을 빌려.. 2021.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