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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지역 연결하기 2019년 11월, 옹노에서 열린 전시 은 인하대 대학(원)생과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의 작업이었다. 필자 포함, 모두 전시를 준비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전시를 관람하기만 했지,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생각해 본 적도 없던 터였다. 그랬기에 이번 전시는 모험과도 같았다. 사실 이번 전시는 평소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나는 인하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문화경영 전공 석사과정에서 공부 중인데,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도시재생과 지역문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대다수는 인천을 잘 모른다. 서울에는 자주 놀러 가고 관심을 두지만, 정작 학교가 있는 인천에는 무관심한 것이다. 인천의 역사문화자원이 밀집된 개항장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과제로 인천아트플랫폼 한번 .. 2021. 1. 24.
고립으로부터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기계장치와 그것이 내뿜는 소리는 그 정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그 의미를 선뜻 알아챌 수 없는 라는 낯선 제목처럼. 용도가 분명치 않은 알루미늄 소재의 패널 두 장이 하나의 쌍을 이루고 있고, 각 패널에서는 기계음이 나온다. 모두 동일해 보이는 패널은 프레임이 같을 뿐, 자세히 보면 프레임 내부의 표면은 모두 다른 소재로 되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 염색을 한 천, 철망 등의 소재로 되어 있고, 각각의 패널에서는 메트로놈 소리, 전파 망원경 소리, 시계의 초침 소리, 라디오 주파수 소리 등 각기 다른 소리가 흘러나온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미세한 차이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작가의 설명이 없다면 이 작업의 출발이 된 참조점에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는 ‘물리.. 2021. 1. 24.
염증, 재현, 날 것 신재은의 이번 전시는 공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전체를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작가의 의지가 부각된 전시였다. 관객은 입구에 배치된 ‘침묵의 탑 Pink(2018)’의 미니어처를 관람하고 붉은 카펫을 지나 검은색 액체가 솟구치는 메인 작품 ‘Black Fountain(2019)’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층에서 관람한 작업은 다시 일층의 작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나의 무대처럼 연출했다. 연출 감각은 젊고 발랄했으며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과장되게 제시해왔던 작가의 기본 작업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전시였다. 2층의 핑크색으로 칠해진 벽면에 파여진 작은 구멍에 귀를 기울이면, 반대편 벽에서 추락하는 돼지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다. 필자는 축산물 이력표나 실제 돼지 뼈 등이 같은 층에 전시되어 있어서 듣기 전에 이미.. 2021. 1. 24.
모호한 정체의 <인천뮤지엄파크>,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때 인천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2016년) 옛 동양제철화학 부지에 (가칭)에 시립미술관 건립을 포함하는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기본계획과 수립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이 통과되어 국비를 지원받게 되면 착공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발표한 (가칭)의 기능과 역할, 목적은 인천의 제8부두 중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상상플랫폼’조성 계획과 겹쳐진다. 물론 현대의 뮤지엄이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쇠퇴한 도시의 재생을 이루어내는 문화전략임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인천시가 ‘뮤지엄’의 근본적 역할을 이해하며, 지역 미술인들이 왜 시립미술관을 숙원으로 여겼는지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제박물관협의회.. 2021. 1. 24.
목욕하러 갈까요? 송도를 지나가던 길, 전시 제목과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 주제가 목욕이라니? 어떤 전시일지 궁금해하다가 짬을 내어 송도 트라이보울 옆 인천도시역사관(인천시립박물관 분관) 전시장을 찾았다. 알고 찾아갔는데도 막상 안쪽에는 별다른 안내가 보이지 않아 2층 전시장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2층에 위치한 전시장에 도착하자 친근한 목욕탕 굴뚝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목욕탕과 목욕문화를 주제로 근대에 등장한 목욕탕이 찜질방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목욕문화를 살핀다. 탈의실, 욕탕, 휴게실로 구성된 전시실을 걷다보면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목욕 문화를 일별하게 된다. ‘목욕’이라는 주제는 친근하지만, 전시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주제의 특성상 처음 접하는 정보가 많다.. 2021. 1. 17.
형상·형상(Form·Form) 전시의 주제이자 전시명 은 현실 너머 하나의 이상적 개념인 ‘idea’와 외견, 외형을 뜻하는 현실태의 ‘형상’(形象/形像)이 결합하어 마치 강조하기 위해 반복되는 ‘진짜 진짜’ 와 같은 부사처럼 붙여졌다. 전통적으로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개념이 이어져 와 칸트에 와서는 질료(Materia)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형상은, 직접적인 지각으로 떠오르는 ‘원형’의 개념 그 사이를 횡단 하며 수많은 사유의 가능성을 조종한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여 작가 박지애, 이병찬, 조성현은 ‘형상’이 작품으로 이루어지거나 접근해 가는 과정의 재현 가능성에 주목하며, 결과지어지는 형상의 개념을 탐구하였다. 결과적으로 ―위 개념에 의하면― 이들의 형상에 대한 탐구는 재현 의지로 이어지지만 ‘원형’을 지시.. 2021.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