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ᄃᆞ소니 흐놀다 ᄃᆞ소니는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며 흐놀다는 ‘몹시 그리워하다’라는 순우리말이다. 떠나간 반려동물을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을 탁 놓고 편히 울고 나아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ᄃᆞ소니 흐놀다’로 했다. 한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연을 맺게 된 첫 반려묘가 벌써 12살이 되었다. 3년 전부터 만성질환을 관리하면서 문득 이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면서 펫로스프로그램(Pet Loss Program)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실시한 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무용분야 신현경 선생님과 이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펫문화와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 .. 2021. 1. 10.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나다 인천 강화의 전등사 경내에는 복합문화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011년에 현대식으로 지은 전각 無說殿의 긴 벽면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여 ‘서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0월 1일부터 2019년 12월 마지막 날까지 한국화 작가 한경희의 개인전이 이곳 서운 갤러리에서 열렸다. 한경희 작가는 덕성여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2009년 ‘사라지는 발견’ 전시회를 시작으로 4차례 개인전과 17차례 단체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번 전시는 전등사가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실시한 전시지원 공모사업에서 1차로 선정되었으며 전시의 타이틀은 ‘여러 날의 낮과 밤’이다. 갤러리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서 '낮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흑색의 거칠고 단순한 붓질로 표현한 우직하고 곧은 큰 나무가 .. 2021. 1. 10.
아름다운 그 밖의 것 아주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의 단상들은 린넨 면의 설기들이 드러나 날것처럼 보이나 심적으로부터 시작된 그 무언가들이 조형적인 형상으로 변화된 것처럼 매우 정돈된 풍경이었다. 또한 고유한 회화적 매체성을 가장 탁월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필자를 더욱 흡족한 흥분감 안으로 몰아넣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독특한 향취를 풍기는 구도심에 위치한 플레이스막 인천에서 알싸한 바람이 코끝을 건드리는 겨울 박효빈의 개인전 ‘그 밖의 것’이 열렸다. 플레이스막은 연희, 레이저, 막사에 이어 과거 일제 식민시대의 흔적과 현재의 다양한 변화가 공존하는 박물관과 같은 거리인 개항로에 개관한 실험적 예술공간이다. 박효빈 전시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이러한 공간이 인천에 생긴 것이 필자는 .. 2021. 1. 10.
폐허 속 사물이 이야기하는 것  인천 ‘옹노(擁老)’에서 열린 오석근 작가의 쇼케이스 ‘인천’은, 근작인 ‘인천’을 찍은 시리즈 외에도 그의 지난 작업들 일부와 그에 대한 비평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중 16장의 ‘인천’ 시리즈만을 초점화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천’의 연작에서, 포스터에도 나온, 보랏빛의 폐허로 남은 산업 현장과 그 뒤로 신기루처럼 서 있는 번쩍거리는 아파트를 함께 찍은 사진을 제하면, 대부분의 사진은 미시적이고 해부학적 시선으로 인천의 재개발 현장의 버려진 사물들과 건물 일부분들, 바닥의 표면들과 같이 사물의 특정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세로가 월등히 긴 프레임의 사진은 표면의 절단 효과를 강조하는데, 세계의 표면을 위로 세워 불안정한 시선의 안착을 형성하거나 빗장을 완전히 열지 않은 듯한 폐쇄된 공간감을 불러일으.. 2021. 1. 10.
함께 그림 그리실래요?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린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다. 집에서도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그리고 카페에서도 그리고, 공원에서 그린다. 가끔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그린다. 따로 정해진 주제가 있는 것도, 고집하는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연필이든 펜이든 손에 잡히는 재료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린다. 무엇이든 하루 한 장이다. 내가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한 것은 대략 10년 전. 친구의 권유 덕이었다. 낙서처럼 하루 한 장 끄적여 SNS에 올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 그렸다. 아무리 바빠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셔도, 하루 한 장 그리기는 계속했다. 잘 그리기 위한 그림, 목표가 있는 그림이 아니니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오래도록.. 2021. 1. 3.
어쩌면, 모두의 고양이 역세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한적한 구도심 주택가, 오가는 사람 없이 텅 빈 광장을 품고 쇠락해버린 재래시장 창고 건물 한 켠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안쪽을 드러낸 빈 건물 사이를 뚫고 지나다니는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초겨울, ‘냥들의 친목 두 번째 이야기, 수봉냥이들’ 전시는 이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냥들의 친목, 두 번째 이야기’전은 봄(3.18~4.20)에 배다리 조흥상회 2층 생활사 전시장에서 진행됐던 ‘냥들의 친목’ 전시(참여작가 비니, 이니, 웅이, 지니, 청산별곡, 쿠로, 하미)의 2탄 격이다. 냥들의 친목은 냥이와 멍이의 집사로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누는 소소한 친목모임으로, 전시에 참여한 7명 모두 집사들이다. 첫 번째 전시가 집사들이 반려.. 2021.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