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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22

두고 볼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 되면 기관이나 기업할 것 없이 앞다투어 다양한 형태의 자선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미술품 자선경매 행사를 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평구 문화재단의 ‘부평옥션 화이트세일’이다.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에서 진행되는 미술품 자선경매는 지역 문화예술기관으로써는 이례적으로 미술과 지역 예술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끌어내는 행사이자 전시이다. 미술품 경매를 위해 진행되는 전시들, 프리뷰 전시와 경매 후 전시가 과연 시각예술장르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의 답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 그러나 시각예술의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 지역 미술 활성화를 위한 확고한 목표와 취지를 가진 정책적 시각예술 장르의 프로젝트로서의 의미와 가치는 분명하고 확실할 것.. 2021. 1. 31.
Other Residence Other Locality 그리고 Other Mapping 1.0 잠시 인천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침 인천아트플랫폼이 10주년 기념 전시를 진행하는 해였다. 인천에서 미술학도의 길을 걷고 있던 대학생인 내게 인천아트플랫폼은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대상이었다. 그렇게 열 해가 흘렀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이라는 제목으로 10주년 기념 전시가 열렸다. 그 중 ‘확장하기’ 섹션의 협력기획을 맡은 채은영 큐레이터와 함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이 전시를 함께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인천아트플랫폼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 곳에 다시 왔을 때, 내게 주어진 일은 전시의 ‘Other Mapping 1.0’ 섹션 큐레이팅이었다. 이 섹션은 두 가지의 다른 매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지난 10년간 인천아.. 2021. 1. 31.
쉼과 봄의 공간, 인천서점 '인천서점'은 인천 중구 개항장 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구는 인천역과 차이나타운, 바다를 배경으로 자유공원의 나지막한 숲이 뒤로 드리워져 운치있는 곳인데, 100년 가까이 있었던 오래된 창고를 활용한 예술창작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안에 있는 작은 카페 겸 서점이 바로 '인천서점'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은 개항기 인천의 흔적과 역사적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인천역을 중심으로 신포동, 차이나타운, 동인천, 싸리재 길, 배다리 헌책방 골목까지 구도심 골목 구석구석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광 명소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인천 출신이면서 이곳에서 살면서 인천 책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모습이 좋기도 하면.. 2021. 1. 24.
청년과 지역 연결하기 2019년 11월, 옹노에서 열린 전시 은 인하대 대학(원)생과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의 작업이었다. 필자 포함, 모두 전시를 준비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전시를 관람하기만 했지,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생각해 본 적도 없던 터였다. 그랬기에 이번 전시는 모험과도 같았다. 사실 이번 전시는 평소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나는 인하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지금은 문화경영 전공 석사과정에서 공부 중인데,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도시재생과 지역문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대다수는 인천을 잘 모른다. 서울에는 자주 놀러 가고 관심을 두지만, 정작 학교가 있는 인천에는 무관심한 것이다. 인천의 역사문화자원이 밀집된 개항장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과제로 인천아트플랫폼 한번 .. 2021. 1. 24.
형상·형상(Form·Form) 전시의 주제이자 전시명 은 현실 너머 하나의 이상적 개념인 ‘idea’와 외견, 외형을 뜻하는 현실태의 ‘형상’(形象/形像)이 결합하어 마치 강조하기 위해 반복되는 ‘진짜 진짜’ 와 같은 부사처럼 붙여졌다. 전통적으로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개념이 이어져 와 칸트에 와서는 질료(Materia)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형상은, 직접적인 지각으로 떠오르는 ‘원형’의 개념 그 사이를 횡단 하며 수많은 사유의 가능성을 조종한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참여 작가 박지애, 이병찬, 조성현은 ‘형상’이 작품으로 이루어지거나 접근해 가는 과정의 재현 가능성에 주목하며, 결과지어지는 형상의 개념을 탐구하였다. 결과적으로 ―위 개념에 의하면― 이들의 형상에 대한 탐구는 재현 의지로 이어지지만 ‘원형’을 지시.. 2021. 1. 17.
ᄃᆞ소니 흐놀다 ᄃᆞ소니는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며 흐놀다는 ‘몹시 그리워하다’라는 순우리말이다. 떠나간 반려동물을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을 탁 놓고 편히 울고 나아가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ᄃᆞ소니 흐놀다’로 했다. 한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연을 맺게 된 첫 반려묘가 벌써 12살이 되었다. 3년 전부터 만성질환을 관리하면서 문득 이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면서 펫로스프로그램(Pet Loss Program)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체계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실시한 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무용분야 신현경 선생님과 이 연구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펫문화와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 .. 2021. 1. 10.
함께 그림 그리실래요?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린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다. 집에서도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그리고 카페에서도 그리고, 공원에서 그린다. 가끔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그린다. 따로 정해진 주제가 있는 것도, 고집하는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연필이든 펜이든 손에 잡히는 재료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린다. 무엇이든 하루 한 장이다. 내가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한 것은 대략 10년 전. 친구의 권유 덕이었다. 낙서처럼 하루 한 장 끄적여 SNS에 올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 그렸다. 아무리 바빠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셔도, 하루 한 장 그리기는 계속했다. 잘 그리기 위한 그림, 목표가 있는 그림이 아니니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오래도록.. 2021. 1. 3.
북극서점 옆 엉뚱한 미술 살롱, 북극홀 이야기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장소에 엉뚱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일이며 또한 본래의 가치에 판타지를 덧입혀주는 일이니까요. 예를 들어 고양이가 방문 위의 모서리에 올라가 있을 때 그 귀여움이 도드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어떠한 공간도 그렇습니다. ‘아니, 여기, 이런 게, 어떻게, 굳이?’ 라는 반응을 좋아하는 것은 제가 어딘가 꼬인 사람이라 일까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흐흐, 하고 좋아하는 음흉한 사람인 것입니다. 허를 찔렀군, 하고 우쭐대는 마음이 조금 섞여있을지도 몰라요. 아 참, 저를 정식으로 소개합니다. 저는 인천의 부평에 ‘북극서점’이라는 자그만 독립서점의 운영자 슬로보트입니다. 전직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매일 지각하.. 2021. 1. 3.
인천수첩, 인천사람, 인천 풍경 지난 3년간 나와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마주한 주변 인물과 풍경을 기록한 인천 시리즈는 장소와 정체성에 대한 작업이었다. 어린 시절의 인천은 개항도시로 풍부한 선진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부유하며 세련된 도시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중구 구도심 ‘연안 부두’는 인천의 첫 매립지이자 신도시였다. 이후 구도심이 신도심으로 이동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장소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또 다른 갯벌이 메워지고 그 땅을 팔아 신도시를 건설하고 또 다른 바다를 메우고 또 다른 땅을 뒤엎은 인천의 모습은 과거를 뒤로한 채 신세계로 변모하고 있다. (2015)은 인천문화재단 시각예술 분야 지원으로 진행된 전시이자 출판된 책이다. 사진가로서 인천을 기록한 유광식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된 은 기록적인 인천과 부분적.. 2020. 12. 27.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왜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가 ‘디아스포라(Diaspora)’는 단순히 이산, 이주의 의미를 넘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발생하는 추방, 난민, 이민 등의 현대적인 의미로 담론을 확장해가고 있는 개념입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이처럼 끝없이 확대되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제로, 매년 5월 인천에서 7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많은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매해 주목한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강연, 포럼 등의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사진 및 회화전,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로 기획되는 특별 전시가 있습니다. 전시는 영화제가 상영 프로그램만큼이나 힘을 주어 준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화를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고 기획해야 할 영화제에서 왜 ..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