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22

부산 지역 미술 연구 사례와 의미 : 『오영재 연구』를 중심으로 부산의 대표적인 추상화가로 기억되고 있는 오영재의 그림은 지극히 시적이다. 그는 시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던 부산의 근대 화가이기도 하다. 본고는 파라다이스 연작을 완벽하게 구상하였던 오영재 화백의 창작활동을 아카이빙 해 온 필자 의 지난해 경험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근대미술 연구흐름 속에서 지역미술 연구의 특성과 지역작가 연구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필자는 본 연구를 통해 생애 중심의 작가 아카이빙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즉, 작가노트/약력/출품작/관련 참고문헌 목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작가의 생애와 작품연구에 기반한 세계사와 한국사, 한국미술사와 부산미술사를 포섭하는 입체적 연보작성의 가능성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자는 우선 “정보 2022. 12. 11.
지역에서 발화하는 '지금'을 기록한다는 것 #1. 도시 도시는 침묵하지 않는다. 수많은 깜빡임과 매캐한 연기로 호흡하는 곳, 끊임없는 웃음과 비명, 감정을 담은 것들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며 살아가는 곳, 만남과 만남이 자생하는 곳. 그것이 사람이든 공간이든 물건이든 우리 대다수는 만남을 스치며 지금 여기, 도시에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보자면 인천의 인구는 약 296만 580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인천은 도시 중에서도 꽤 큰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통계로 보이는 인구수가 무색하게 낮에 도시를 다니다 보면 거리는 텅텅 비어있다. 그 많은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 많던 사람들은 아마 어슴푸레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대중교통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일하러, 밥을 먹으러, 누군가를 만나러, 그리고 문화를 경험하러. 그리고.. 2022. 9. 25.
기록하고, 회복하며, 나아가기 올해는 유난히 배를 많이 탔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0분. 지난 5월부터 나는 덕적군도에 위치한 인천의 작은 섬, 소야도 관련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역리서치를 위해 가장 먼저 소야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길에서, 정자에서, 마을회관에서, 대화가 시작된다면 어디서든 주민들을 만났다.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이지만, 예술 활동과 문화향유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주민 의견을 종합하되, 향후 조성될 문화시설 공간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서로 다른 주제의 워크숍을 기획하였다. 일상을 담은 자원기록화 소야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대표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은 ‘소야9경’이 있다. 그 모습 .. 2021. 11. 28.
인천 중구 작은 책방과 전시공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좌절과 실패 그리고 위기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너무나 익숙하기에 인지할 수 없는 폭력 역시 우리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마저도 폭력과 죽음의 풍경임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밥을 차리는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의 권력 구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로써 나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한나 아렌트의 악은 꼭 대단한 신념이나 종교가 없어도 평범한 속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모른다면 우리는 누구나 아이히만같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텍스트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거대 상징인 홀로코스터를 중심으로 국가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 자.. 2021. 10. 31.
처음은 늘 그러하다. 처음은 늘 그러하다 ; 쌓아두기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자료들은 모서리가 구겨지고 색이 바라고 심지어는 손실된다. 2020년, 임시공간 자료실에 켜켜이 쌓아둔 인천 미술 자료들을 모두 꺼내어 아카이빙을 시도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아카이빙’이란 쌓아두기만 반복하는 것이 아닌 분류체계를 갖고 선별하여 공공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익숙치 않았던 작업은 느리고 고되었다. 인천에는 시립미술관이 없고 공공이나 중앙기관에서 공개하는 아카이브 자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어떤 체계의 레퍼런스를 얻기도 부족했으며 지역의 아카이브를 방문해도 자료의 양은 방대하나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저장소는 없었다. 먼지 쌓인 자료들처럼 지역의 아카이빙은 그랬다. 흐릿하고 불분명했다. 보존하기 : 이미지 아카.. 2021. 9. 26.
'씨를 심을 땅'을 찾는 '발견자' 씨를 심을 땅 대안적 삶, 전환, 삶에 대한 변화에 대한 요청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것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위기감이 삶의 곳곳에 침투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기에 위기로부터 탈주를 꿈꾸기도 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예전과는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큰 변화를 목도한 후 왜인지 모를 낙관적인 마음이 낭만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건 무엇보다 ‘지금’,‘당장’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우울감과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을 무력감 때문이었을까. 도심을 탈주하고 삶의 전환, 대안으로 지역살이는 하나의 방안처럼 보인다. 특히, 고령화 문제와 지역-지방 소멸문제로 인해 청년들의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었고 사업 규모를 늘리면서, 이 문제를 일자리 사업으로 늘리.. 2021. 6. 27.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참 어려운 시기였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바싹 힘을 낼라치면 코로나 19는 모두의 주어진 상황을 정지시켰다. 임시공간에도 그것이 비켜가지는 않았다. 2020년 인천리빙디자인페어(주최 디자인하우스, 인천관광공사/주관 월간 , 월간 )가 송도 컨벤시아에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진행 예정이었다. 임시공간은 이 페어의 부스 참여에 초대받았다. 각 부스에서는 기성품의 리빙 용품들과 가구들이 판매될 예정이었고, 우리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리빙을 시각예술 안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부스를 꾸릴 예정이었다. 어느 기획이든 그렇겠지만 단 4일을 위해 부스 공간 구성 디자인도 의뢰하는 등 물심양면 몇 곱절 애를 쓰며 ‘아티스트 룸’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페어 시작 하루 전날, 그러니까 작품 설.. 2021. 2. 28.
귀여운 희망 한 스푼 주세요 2020년, 도저히 하나를 고를 수 없어 일 년을 적는다. 이상한 2020년이다. 뭘 해도 되는 1년인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해였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로 끝나는 메일에 ‘괜찮습니다. 건강하세요!’의 답장을 보내며 노트북을 닫는 일이 잦았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염병을 마주하고서야 알았다. ‘위드(With) 코로나’를 이야기하며 자조하지 않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2020이란 글자에 물든 절망을 덜기 위해 몇 번이고 퇴고를 거쳤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짜낸 희망을 몇 숟갈 부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쉬이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 지나온 현재를 여기에 남긴다. 2019년 12월, 대학 공부.. 2021. 2. 28.
움직이는 숲 무얼 보여줘야 할까. 나와 같이 동시대성 없는 쓰레기들을 모아서 흐름을 회복해야 할 것인가.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정 없이 잘하고 싶다. 항상 가진 욕구불만을 차라리 내비쳐 보이고 싶다. 차라리 선입견을 이용하여 이미 세워진 것을 부수고 싶다. 쓰레기는 일상에 있다. 실제로 그렇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집이란 없었다. 몸을 누일 곳뿐 아니라, 관념이 정착할 곳도 적당히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비틀거렸다. 누가 잠깐 안아주면 그뿐이었다. 다시 흩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눈을 고정할 수 없었다. 상대하는 것은 온통 흔들렸다. 그냥 '그렇구나' 했다. 남이 하지 않는 걱정을 맡아 했고, 남이 하는 걱정도 구태여 점검했다. 물론 답을 알고 싶지만, 논증하기 성가시다. 다시 판자에 올라 바들바들 떤다. 그 .. 2021. 2. 21.
우실 2020년 6월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약 400km를 달려 전라남도 신안의 증도로 향했다. 두 개의 섬을 잇는 다리를 지나는 그 일대에는 양파 수확 시기라 성인 남성 주먹만 한 양파가 밭 곳곳에 널려있었고, 우두커니 서 있는 수많은 붉은색 자루에 담긴 양파 더미의 조형미에 놀라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증도의 생활은 날마다 비현실적인 감각을 느끼며 이어졌다. 해가 지고, 물이 나고 드는 광경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차올랐고, 하루가 지나가는 과정은 도시에서 느끼던 것과는 다른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갯벌에 나가 짱뚱어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하루가 다 가기도 하고, 엽낭게가 남긴 모래 구슬을 쫓다 방향을 잃기도 했다. 연이어지는 질병에도 장마는 끊임없는 비를 퍼부었고, 태풍이 지나갔으며, 굽은 어르신.. 2021. 2. 7.